1. 정의

공피증은 전신성 경화증, 피부 경화증 등으로도 불리고 결합 조직 질환의 하나로 피부와 내장에 섬유화가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경화증(硬化症)은 말 그대로 딱딱하게 굳는다는 의미입니다.
굳는 부위는 주로 피부이지만 드물게 내부 장기가 굳는 경우도 있습니다. 막연하게 굳는다는 표현을 하면 이해가 잘 안되기 때문에 이렇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손가락으로 손등의 피부를 살살 문질러 보십시오. 피부가 유연하게 밀리면서 쉽게 피부 아래의 힘줄이나 뼈가 만져질 것입니다. 또 피부를 잘 들여다보면 땀구멍과 털, 그리고 미세한 주름이 잘 보일 것입니다.
또 두 손가락으로 피부를 집어 보면 쉽게 1-2센티 정도의 살갗이 따라 올라오게 됩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피부의 바로 아래에는 콜라겐이라는 성분이 피부를 받쳐 주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게 되면 콜라겐의 생성이 적어지면서 부분부분 콜라겐이 없어지는 곳으로 피부가 밀려 들어가 주름살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피부가 굳게 되면 반대로 콜라겐의 생성이 과도하게 됩니다.
그러면 정상적으로 보이는 피부 안의 작은 구조물들이 사라지게 됩니다. 물론 주름도 없어지게 되지만 그것이 꼭 좋은 일 만은 아닙니다. 피부 전체가 단단한 가죽 껍질처럼 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두 손가락으로 피부를 집는 것이 어려워지고 심해지면 손가락의 움직임도 제한을 받게 됩니다. 딱딱한 가죽 껍질이 뼈를 싸고 움직이지 못하게 동여매는 것과 같아지기 때문입니다.
피부 침범의 정도와 부위에 따라서 공피증을 크게 전신형과 국소형 두 가지로 나누기도 합니다. 전신형은 팔, 다리의 피부, 얼굴, 몸통(가슴, 등, 복부, 옆구리)이 두꺼워지고 염증의 기간이 지나면 딱딱해지기 시작합니다. 장기 침범은 일찍 동반될 수 있으며 식도, 장, 폐, 심장, 신장 등이 흔히 침범 됩니다. 이 때 고혈압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소형 얼굴과 손가락에만 제한되고 진행해도 팔꿈치나 무릎 위까지는 올라오지 않고, 피부의 변화들이 전신형보다는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일부의 국소형 환자들은 임상적으로 특징적인 다섯 가지 소견을 보이는데 각각의 증상의 첫 글자를 따서 'CREST'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이 CREST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C (calcinosis, 석회증) : 피부에 칼슘이 침착 하는 증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피부 표면에 딱딱하고 하얗게 나타나고 주로 팔꿈치, 무릎, 손가락에 생깁니다. 심하면 눌렀을 때 아프거나 균이 침입할 수도 있고 자연적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수술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R (Raynaud phenomenon, 레이노 현상) : 손가락, 발가락, 코, 혀, 귀 등에 혈액을 공급하는 작은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심하게 수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부위는 추위에 노출되었을 때 파랗게, 하얗게 그리고 나서 빨갛게 변합니다. 때때로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도 이런 현상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E ( ESOPHAGEAL dysmotility, 식도 기능장애) : 식도가 침범 되는데 주로 하부 2/3의 기능이 망가집니다. 이렇게 되면 위산이 역류하여 가슴이 쓰리거나 염증, 흉터가 생길 수가 있고, 결국에는 음식이 식도를 지나서 위로 통과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가슴이 쓰린 증상이 있으면 식도의 손상을 막기 위해서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S (sclerodactyly, 수지경화증) : 손가락과 발가락의 피부가 부분적으로 두꺼워지고 뻣뻣해집니다. 초기에는 벌겋게 부어 오르고 통증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 단계를 염증 단계라고 부릅니다. 여기에서 진행하면 피부가 단단해지는 느낌이 오고 만져 보면 잘 밀리지 않고 털구멍이나 주름이 없어지면서 번들번들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심해지는 경우 뻣뻣한 피부가 손가락과 발가락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피부의 변화는 전신성의 경우보다는 천천히 진행합니다.

T (telangiectasia, 모세혈관 확장증) : 주로 얼굴, 손, 입술 주변에 빨간 점으로 나타납니다. 다른 종류의 발진과 차이는 모세 혈관 확장증의 경우 누르면 하얗게 되었다가 손을 떼면 빠르게 붉은색으로 돌아 오는 것인데 비해 이것은 모세혈관의 혈류가 압력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CREST뿐만 아니라 다섯 가지 증상 중 일부만이 나타나는 CRST, REST, ST 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환자들은 CREST 의 증상과 전신성 증상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엔 공피증과 다른 류마티스 질환(류마티스 관절염, 전신성 홍반성 낭창, 다발성 근염)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증상

추운 곳에 나가면 손가락 색깔이 급변하는 레이노 현상이 가장 흔한 초기 증상입니다. 색깔의 변화는 전형적으로 퍼렇게 되었다가 하얗게 되었다가 피가 돌게 되면서 불그레하게 되는 3단계 변화이지만 하얗게 되었다가 붉게 되는 2단계만을 보이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대개 전신 경화증이 있는 환자에서는 레이노 현상이 나타난 후 1-2년 이내에 피부가 굳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레이노 현상 외에 손가락과 손등이 부풀어오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는 피부 경화증의 '부종 단계'라고 부릅니다. 손에 부종이 생기는 경우 아침에 일어나게 되면 손가락이 뻣뻣하게 느껴지는 조조 경직 현상이 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단계에서 손가락의 관절통까지 동반된다면 류마티스 관절염과 임상적으로 차이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전신 경화증 환자의 상당수가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단 받은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이런 부종 단계가 지나면 피부가 굳게 됩니다. 전신 경화증의 피부 굳음은 대부분 손가락과 손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부종의 단계를 거치는 경우도 있고 거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경화의 단계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피부가 번들거리고 탄탄해집니다. 때로 벌겋게 달아올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부의 작은 주름들이 사라지고 털이 적어지게 됩니다.
손 다음으로 얼굴과 목의 피부가 굳어지게 됩니다. 입술이 얇아지고 입 주변의 세로 주름이 나타나면서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이 불편해 지는 특징적인 얼굴 모양이 나타나게 됩니다. 피부 색깔이 검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드문 경우 병이 생기기 전보다 더 희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변화는 반드시 경험이 있는 전문의의 진찰에 의해 확인되어야 합니다. 피부 증상 외에도 전신 경화증은 다른 류마티스 질환과 같이 매우 다양한 전신 증상이 수반될 수 있습니다. 피로감과 노곤함이 아주 흔히 있고 외모가 변하는 데 따르는 우울증도 많습니다.
특히 전신 경화증은 드문 병이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은 자신과 같은 다른 환자를 본 적이 없다는 것도 큰 정신적 부담이 됩니다. 전신의 관절통과 아침에 몸이 뻣뻣한 증상도 아주 흔히 나타납니다. 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달리 관절에 변형을 가져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아주 증상이 비슷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근력이 빠져 머리 손질을 못하거나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지는 증상도 흔히 나타나는데 이것은 근육염이 동반되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이 외에도 내부 장기에 피부에서와 같은 콜라겐 침착이 과도하게 일어나면서 여러 가지 합병증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3. 원인,병태 생리

드문 질환이다 보니 전신 경화증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독성 물질
   에폭시 수지나 염화 비닐에 노출되는 경우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얼마 전 미국에서의 대규모 집단 소송으로 회사가 망하게 된 성형 수술 재료 실리콘도 유발 물질의 하나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독성 물질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그 중 극히 일부에서만 전신 경화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역할은 아주 작은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2. 유전
   많은 류마티스 질환들과 달리 가족적으로 발생한 경우는 아주 드물고, 유전자의 역할도 아주 미미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4. 진단

가장 중요한 것은 피부가 굳어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가 진단은 금물이고 반드시 경험이 있는 류마티스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보아야 합니다. 현재 공인되고 있는 진단 기준은 전문의의 진단에 의해 확인된 피부 굳음이 있는 것만으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뚜렷한 피부 변화가 없는 경우 손가락에 나타나는 특이한 변화의 소견, 그리고 가슴 X-선 사진에서 보이는 폐 섬유화의 소견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진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검사가 진단에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지 않으며 확진은 전문의의 진찰에 의한다는 것입니다. 혈청 검사는 질환의 예후를 예측하고 아형을 나누는데 도움이 됩니다. 거의 모든 환자에서 류마티스 질환에서 흔히 보이는 항핵항체라는 자가 면역 항체가 검출이 되고 항중심절 항체혹은 항 Scl 70항체가 검출될 수 있습니다.
자가 항체가 양성으로 나오더라도 그것만으로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고 환자의 임상상과 함께 적절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내부 장기침범의 여부와 범위를 알아내는 검사들로는 하부, 상부 위장관 검사, X-선이나 폐기능 검사, 심전도, 심초음파 등이 있습니다.

5. 경과,예후

전신 경화증의 피부 굳음은 환자에 따라 경과가 매우 다양한 것이 특징으로 몇 개월 안에 전신의 피부가 모두 굳어 버리는 급격한 경과를 밟는 환자로부터 십여년 동안 변화 없이 지내는 완만한 경과까지 매우 다양한 속도를 보입니다.
전신 경화증은 피부의 경화가 등이나 배 같은 체간 부분에까지 나타나는데 비해 등이나 배에는 경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를 따로 '국소 경화증'으로 명명합니다.
일반적으로 경과는 전신 경화증보다는 국소 경화증이 좋아 피부 굳음의 정도나 속도가 약하고 내부 장기 합병증 등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신 경화증의 일반적인 경과는 진단 후 3년까지 피부 경화가 진행하다가 그 이후에는 오히려 조금 피부가 부드러워지는 것이 가장 많습니다. 이와 달리 국소 경화증에서는 조금씩 경화가 진행되지만 그 진행 속도가 워낙 늦어 10년이 지나도 별 차이를 못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기적으로 합병증의 여부 등을 잘 체크하고 고혈압 같은 합병증을 잘 조절하면 예후는 일반적으로 낙관적입니다. 어떤 보고에 의하면 피부를 침범한 지 3년 이내가 가장 장기에 위험한 시기라고 되어 있는데 이 말은 처음 3년이 지나면 장기 침범으로 인한 심각한 위험은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6. 합병증

1. 소화 기능의 이상
   장은 전신 경화증 환자에서 가장 많이 침범 되는 내부 장기입니다. 특히 음식이 내려가는 길인 식도의 침범이 가장 많은데 식도의 벽을 만드는 근육이 콜라겐 과다 침착으로 상하게 되면서 음식의 통로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됩니다. 이때 나타나는 증상은 위액의 역류에 의한 명치 부분의 통증, 신트림, 덩어리 음식을 넘기기 힘든 증상 등입니다.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 식도 궤양, 출혈, 협착까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장은 오래 전신 경화증을 앓아온 환자에서 흔하게 침범 되는데 소화 불량, 가스 참, 만성 설사 혹은 변비, 복부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증상이 오래 되면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영양 실조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2. 폐 증상
   폐 합병증은 전신 경화증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 가장 심각한 합병증으로 전신 경화증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전신 경화증 환자 중 특수한 형태의 항체 반응이 양성으로 나타나는 경우 위험률이 높아지는데 대개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 처음에는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폐 조직이 섬유조직으로 덮히면서 산소 공급이 안되기 시작하면 환자들은 호흡 곤란, 운동 곤란, 마른 기침 등의 증상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3. 신장 증상
   외국에서는 전신 경화증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합병증으로 인지되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대단히 드물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대개 급격한 고혈압을 동반하는 신장 기능 부전의 형태로 나타나고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치명율이 거의 100%에 달했지만 근래에는 좋은 약이 개발되어 잘 치료 되는 합병증이 되었습니다.

4. 심장 증상
   심장 근육이 콜라겐 섬유 조직으로 대치되면서 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부정맥이 생길 수 있습니다.

7. 치료

매우 다양한 치료법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의학에서 어떤 병에 다양한 치료가 있다는 것은 특효약이 없다는 반증이라는 것이 상식이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일반적으로 전신 경화증이 아주 드문 질환이고 3년 정도 경과하면 저절로 조금 호전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어떤 약의 효과를 판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전신 경화증에 효능이 입증된 치료는 모두 합병증의 치료법들입니다. 정작 피부 증상에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입증된 치료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치료제는 디페니실아민이라는 약제입니다. 이 약제에 콜라겐의 합성을 억제하고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신 경화증에 쓰기 시작했는데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또한 많은 보고들에서 디페니실리아민이 내부 장기의 합병증을 줄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신 경화증 환자들의 베스트 약제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용법을 정확히 지키지 않는 경우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 아래 사용해야만 합니다.
인터페론은 근래에 많은 주목을 받은 치료제입니다. 일부의 환자에서 효과를 보이기도 하는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발진이 심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일 수 있습니다.
혈장 교환 요법은 환자의 혈장을 밖으로 뽑아내고 새로운 혈장을 보충함으로써 몸에 있는 염증 물질이나 나쁜 항체들을 제거한다는 개념으로 개발된 치료법이고 일부의 환자에서 효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방법이 번거롭고 위험 부담이 있으면서 효과가 썩 신통치는 않아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합병증의 치료는 오히려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 신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데 캡토프릴이라는 약물이 혈압 조절에 아주 효과적입니다. 레이노현상은 심하지 않은 경우 손을 따뜻하게 해주거나 보호하는 것만으로도 되지만 손끝이 헐 정도로 심한 경우에는 손가락의 혈관에 피떡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쓰기도 합니다.
다른 약물 치료로는 니페디핀 또는 니카르디핀 같은 혈관 확장제를 씁니다. 경우에 따라 협심증 때 혈관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는 니트로글리세린을 쓰기도 합니다.
식도의 문제는 오메프라졸 같은 위산 억제 약물이 도움이 되고 제산제도 쓸 수 있습니다. 장의 움직임이 좋지 않아 세균이 장 속에서 많이 자라면서 변비, 복통, 설사가 생기는 경우에는 테트라사이클론, 에리스로마이신 같은 항생제로 균을 죽일 수 있습니다. 또 위장관 운동조절제와 같은 약물은 식도, 위, 소장, 대장의 운동을 촉진시킵니다.
폐에 심한 염증이 있으면 항암제의 일종인 사이톡산과 부신 피질 호르몬제를 씁니다.얼굴의 모세혈관 확장은 레이저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피부 가려움증은 유세린이나 루브리덤 같은 로션으로 치료합니다.

8. 예방법

적절한 약물 치료가 없는 전신 경화증에서는 대증적 치료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항시 가방에 로션을 넣고 다니면서 손 씻을 일이 있으면 씻은 후에 반드시 로션을 발라 줍니다. 이 때 수분 공급 효과를 가지고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로션을 발라 주면서 잊지 말고 관절운동을 합니다. 피부가 굳으면 관절까지 굳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절이 굳으면 손을 못 쓰게 되는 불행한 결과가 오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것을 방지해야 하는 데 운동을 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운동이란 별로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손목을 굽혔다 폈다, 돌렸다 정상 운동 범위대로 움직여 주는 것, 시간 날 때마다 그 동작을 열 번 정도 반복하면 훌륭한 운동이 됩니다.
레이노현상이 있는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 말단부를 차가운 곳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온이 떨어져 레이노현상이 나타나는 계절이 되면 반드시 장갑을 착용해야 합니다.
겨울에만 장갑을 끼는 것이 아니라 레이노현상이 나타나는 기온이 되면 그것이 초가을이건 늦가을이건 상관하지 말고 장갑을 끼도록 해야 합니다.
집안일을 할 때에도 주의 사항을 지켜야 하는데 냉장고에서 물건을 찾는 간단한 일을 할 때에도 목장갑을 냉장고 옆에 걸어 두고 냉장고에 손을 넣을 때마다 장갑을 끼는 습관을 갖도록 합니다. 설거지는 물론 따뜻한 물에서 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아무래도 혈액 순환이 좋지 않기 때문에 손끝을 다치거나 하면 상처가 잘 낫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친 일을 할 때에도 장갑을 껴서 손을 보호하도록 합니다. 손끝이나 발끝뿐 아니라 추운 날씨에는 남들보다 옷을 따뜻하게 입도록 합니다. 몸통을 잘 감싸 주지 않으면 체열을 보존하기 위해 말단부로의 혈액 순환이 더 줄어드는 생리적인 현상 때문에 레이노현상이 심해집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무런 병이 없어도 레이노현상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금연은 당연히 필수적입니다.

9. 이럴땐 의사에게

공피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이 그리 흔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질병의 경과도 대개는 완만하기 때문에 급히 의사를 찾을 필요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내부 장기의 합병증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폐나 신장, 심장의 합병증이 중요합니다.
갑자기 숨이 차 오를 때, 심한 마른 기침이 날 때, 맥이 자주 두근거릴 때, 심한 두통이 있을 때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레이노현상이 있던 환자에서 손 끝에 한 달 이상 낫지 않는 상처가 생긴 경우, 특히 주변의 색깔이 변하면서 심한 혈액 순환 장애가 있는 경우 심하면 손가락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역시 의사의 진찰과 치료가 필요합니다.